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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끊지 못하는 변명

by 천암산 2023. 7. 27.

한 마을에 술꾼 아버지를 둔 아들이 있었다. 술꾼 아버지는 매일 술을 과하게 마시고 실수를 했다. 아들은 꾀를 내어 아버지의 술을 끊게 하려고 하였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금후今後 음주시飲酒時는 견자犬子쓰게 하고 술을 마시면 개자식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아침술 세잔은 괜찮다고 하면서 결국 술을 끊지 않았다고 한다.

 

술꾼의 망동이란 어디 한두 가지뿐이랴! 세상 살다보면 별꼴은 안 볼까마는 여기 이런 아버지가 있었으니 그는 정말 술이 취했던가. 아니면 금주(禁酒)의 각오일까, 웃기면서도 우리를 깨닫게 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술이 취한 시아버지가 자기 방도 모르고 새로 본 며느리 방에 그만 골아 떨어졌다. 그래서 며느리와 아들은 하는 수 없이 다른 방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술이 깬 시아버지는,

허허! 이거 큰일이로구나.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랐다. 사실 아닌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겠나마는 남이 알면 정말 모양 같잖은 일이다. 그러나 시어른은 글줄이나 읽었기에 지혜는 있었다. 바로 그것은 이러한 꾀를 생각한 것이다. “봐라! 밖에 아무도 없느냐?” 아들을 불렀다. 그러자 아들이 방에 들어왔다. “내가 술이 너무 과한 걸 너는 잘 알 터이렷다.” “아버지! 그 무슨 말씀을 당치도 않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었으나 그런 게 아니고 내가 지금부터 술을 끊기 위하여 이런 실수를 고의로 한 것이다. 냉큼 지필묵을 가져오렸다.” 아들은 종이와 붓과 벼루 먹을 가져왔다. “내가 지금부터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련다. 부르는 대로 써라.” 하고는,

금후(今後) 음주시(飲酒時)는 견자(犬子)’

라고 쓰라고 했다. 이는 앞으로 술을 마시면 개자식이다.’란 말이다. 아들이 종이에 그대로 썼다. 이때 며느리는 어제 저녁에 시아버지께서 약주를 심하게 하셨으니 속이 얼마나 쓰릴까 걱정한 나머지 주막에 가서 술 한 되를 받고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서 해장술과 주안상을 들고 들어왔다. 이를 본 시아버지는 맹서고 각서고 무엇이고 술 생각이 날 수밖에 없었다. “봐라! 금후 음주시는 견자라 다 썼느나?” “” “그렇지만 중대한 문서에는 반드시 단서가 있는 법이니라.”

그 옆에

', 조주삼배(朝酒三盃)는 불가피(不可避)'

라 쓰도록 하라.”

하였다. 술을 앞으로는 절대 먹지 아니하되 아침술 세 잔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서는 며느리가 들고 온 술상을 받아 대폿잔으로 세 잔을 부어 마시니 술 한 되를 다 먹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날 술 세 잔은 먹어야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